재주많은 사람이 저녁을 굶는다. 

가난하고 별볼일 없이 사는 사람들 중에는 의외로 '꾼'이 많다. 재능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아주 작은 재능으로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많은 재능을 가지고도 허접하게 사는 사람이 있다. 후자의 경우 다방면에 관심과 소질이 많은 스타일이 대부분인데 자신의 능력을 한 곳에 집중시키지 못하고 산만하게 흩뿌리다 인생을 망치는 수순을 겪게 된다. 

대학시절 만난 친구가 있었다. 재능이 많았다. 외국어도 잘했고 그림과 음악에도 그럭저럭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 뭣보다 성공에 대한 강한 애착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반 백수다. 사람도 몇명 찾지 않는 허접한 사이트와 유튜브 채널을 열어두고 가끔 동영상과 글을 올리며 산다.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이 친구가 망할 줄 알고 있었다. 현대사회는 모든 영역이 고도로 발달해 있다. 전문성의 수준이 과거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17세기에는 현재의 고등학생 수준의 실력만 가지고도 그럭저럭 '과학자' 흉내를 낼 수 있었다. 지금은 택도 없는 소리다. 어설픈 지식가지고는 '전문성'은 고사하고 제대로된 밥벌이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요즘 세상에서는 '적당한 수준'의 '적당한 재능'가지고는 평균 이하의 성과만 낸다. 변호사나 의사도 딱히 전문영역이 없으면 굶는 시대다. 

그런데 이 친구는 뭐든지 수준이 적당하게 오르면 흥미를 잃고 다른 것에 또 다른 것에 몰두하곤 했다. 아까운 청춘을 낭비하며 이것 저것 손댄  결과, 모든 영역에서 애매한 수준으로 남게 됐다. 
굳이 표현하자면 "못하는건 없지만 딱히 잘하는 것도 없는" 그런 상태가 되버린 것이다.  결국 무슨 사업을 한다고 했다가, 고시를 본다고 했다가, 또 옷 기술을 배운다고 했다가 다 망했다. 

전선(戰線)을 좁혀야 산다. 이것이 집중의 기술이다. 역사상 전선의 좁히는데 가장 탁월했던 사람은 나폴레옹이다. 나폴레옹은 언제나 적은 병력으로 큰 군대를 압도했다. 그 비결은 특정한 시간-장소에서의 집중력이다. 

예를들면 상대방 병력이 2만명이고, 나폴레옹 병력은 8000명이라고 하자. 전면전으로 승부하면 답이 없다. 무조건 진다. 하지만 상대가 병력을 길게 늘어놓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선이 늘어지면 총 병력은 2만명이라도 특정지역에서는 1000명, 2000명 수준이 된다. 그러면  나폴레옹은 8000명의 병력을 집중시켜 병력이 적은 곳만 골라서 공격했다. 취약점만 집중해서 때린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그 전투에서만큼은 나폴레옹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몇 번을 거듭해 상대는 무너뜨렸다.

작은 재능 하나만 가지고도 큰 재능을 여러개 가진 사람을 넘어서는 비결이 여기 있다. 재능은 크기나 양보다는 하나라도 얼마나 잘 가공됐는지 여부에 따라 성패가 나뉜다.

가진 재능이 허접하고 작다고 불평하지 마라. 그거 하나만 제대로 다듬어도 세상에 돌풍을 일으킨다다. 이것저것 기웃거리지 마라. 인생의 겨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날카롭게 키우는 시기다. 그동안 도움이 되지 않았던 분야가 있었다면 과감하게 정리하라.

매일같이 영어에 돈과 시간을 쏟아붓고도 회화가 시원찮은데, 남다른 펀치력이 있어 복싱에 발군의 재능을 보였다면 영어는 빨리 때려치우는게 낫다. 대신 운동에 몰입해 신인왕전 타이틀에 도전하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어설픈 제너럴리스트보다는 작은 기술이나마 확실한 스페셜리스트가 낫다.

 


WRITTEN BY
ke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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