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급이다.
보급 없이는 아무 전쟁도 할 수 없다. 전쟁같은 우리네 삶에서 '보급'은 월급이나 연봉을 뜻한다. 밥줄이 끊기면 견뎌낼 장사가 없다. 선비도 사흘만 굶으면 담을 넘는다. '먹고 살아야 한다'는 명제는 어떤 당위도 뛰어넘는다.
어떤 일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보급문제다. 친구가 "나 내일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하기로 했어" 혹은 "이제 직장때려치우고 유학갈거야"라고 말했다면, 학원비+생활비+체제비+유학비 등을 모두 마련했다는 뜻이다. 아무런 대책없이 수험이나 유학에 뛰어들었다간 실력이 아니라 '보급전(戰)'에 밀려 낙오할 가능성이 높다. 세상에는 비장한 각오만 가지고 해결할 수 없는 일 천지다. 그냥 영화같은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라. 오히려 갑작스러운 불운이 닥칠 수 있다는 변수까지 고려해서 일처리를 하는 편이 낫다. 불운은 우리를 자주 방문하지만 행운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공격하는 쪽은 방어하는 쪽에 비해 3배 이상의 병력을 갖추고 있어야 비로소 대등해진다. 방어자가 이용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3배 이상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시 10배 이상의 보급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원정은 보급에 문제가 생겨서 실패했다.
수나라 양제는 고구려를 침공하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동원했다. 수서에 따르면 그 수가 111만에 이르렀다고 한다. 중국인 특유의 뻥카가 반영됐다 쳐도 엄청난 수의 병력이 동원된 건 사실이다. 당시 고구려 전체 인구가 350만명 정도 였으니 이 군대의 반 정도만 쳐들어왔다해도 '산과 바다를 뒤덮을' 정도로 쳐들어온 셈이다.
그런데 병력이 많으면 과연 좋은 것일까?
병사가 많으면 병사를 먹일 군량도 많이 요구된다. 작은 나라의 전체 인구와 맞먹는 병력을 이끌고 왔다면 이들을 어떻게 배불리 먹일 수 있을까?
수 양제는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식량을 나를 인부 60만명을 따로 선발했는데, 인부들을 먹일 식량도 필요하므로 자꾸만 필요한 식량은 늘어나고 군대의 이동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수양제는 병사 개개인이 각자 자신이 먹을 식량을 지고 가게했다.
그러자 일선 부대에서는 난리가 났다. 개인이 지급받은 식량은 쌀 2~3섬이었다. 갑옷에 병장기를 챙기고 식량까지 들고가니 죽을 맛이었다. 탈영병이 속출했다. 따라서 군율과 같은 기강도 해이해졌다. 식량을 버리면 굶어죽거나 처벌되고, 가지고 가자니 지쳐서 죽을 판이었다.
엉터리 보급 체계로 전쟁을 벌인 결과, 결말이 어떻게 됐는지는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인생의 겨울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이 바로 보급이다. 겨울은 특성상 나를 둘러싼 보급이 약화되는 시기므로 더욱 귀하게 여겨야 한다. 감정적으로, 혹은 허술한 계산으로 '밥줄'을 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행동은 치명적이다. 엄동설한에 거리에 나앉을 수 있다. 조금 굴욕적이더라도 겨울이 지날때까지 안전한 곳에서 버텨야한다. 이른바 '형님 우산안에 들어가기' 전략이다.
나는 모 대기업에서 MD로 일했던 적이 있다. 그때 꽤 유능하고 괜찮았던 선배가 있었다. 단점은 기질이 너무 불 같았다는 것이다. 결국 선배는 상사와 싸우고 '홧김'에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다니던 곳보다 더 작은 회사로 이직했다. 그는 그곳에서도 얼마 버티지 못했다. 두 세차례 직장을 바꾸던 선배는 다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 하지만 공무원 수험가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9급의 경우 경쟁률이 100대1을 넘기 일쑤여서 괜히 발을 디뎠다가는 늪에 빠질 수 있다. 학창시절 공부좀 했다는 자신감만 가지고 공무원 시험을 쉽게 봤던 선배는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이제는 경력마저 단절돼 기업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결국 주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야간에는 독서실 총무를 하면서 근근히 생활했다. 그런데 이 기간에 인터넷 도박에 손을 댔다가 재산을 다 날렸다. 아르바이트 자리에서도 쫒겨난 그는 일용직 노동판을 전전하다 허리를 다쳤고 장애 판정까지 받았다. 회사를 관둔지 수년만에 사람이 한참 쪼글아 들었다.
겨울은 은둔의 기간이지 도전의 시기가 아니다. 도전은 아무렇게나 하는게 아니라 다 때가 있다. 시기를 잘못잡으면 돈키호테가 되어 세간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은둔의 시기에는 마땅히 자신을 숨기고 피해있어야 한다.
만일 회사를 관두고 싶다면 "굴욕은 견딜수 있으나, 죽음은 견딜 수 없습니다"라는 남한산성의 대사를 떠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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